끄적끄적

스푸트니크 (Sputnik, 2020) 리뷰

산으로 가는 예고편 2020. 8. 24. 16:25

 

 

영화의 제목인 스푸트니크는 서방세계에서는 Sputnik Crisis 로 상징되는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 개발 계획을 대표하는 단어이면서 러시아어로 동반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의 유인궤도위성 4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귀환하던 중 외계생명체의 습격을 받아 불시착하게 된다. 

유일한 생존자인 베시니코프는 몸속에 외계생명체를 품은채 후송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소련과학센터 시스템분석연구소에서는 신경심리학 전문의 유리브나 박사를 데려온다

 

의사회와의 트러블 해결을 위해 힘을 써주겠다는 세미라도프 대령의 약속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된 유리브나는 치료를 위해 베시니코프를 진단하던 중 세미라도프 대령이 환자의 안위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그를 괴물 병기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의 목숨을 등한시하는 세미라도프의 행위에 염증을 느낀 유리브나는 베시니코프를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베시니코프 역의 표트르는 영화 블랙 아웃의 예고편에서 본 기억이 나고

유리브나 역의 옥사나는 본 슈프리머시에서 본에게 목숨을 잃은 부모를 둔 앳된 소녀로 나온 모습이 기억난다

 

이 영화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은근한 비판을 가하기 위한 클리셰가 몇몇 존재한다

→ 예를 들면 예고편에는 있었지만 본편에선 삭제된 언론의 뉴스 보도 행태라던가

그런데 이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바로 생전 처음 보는 외계생명체인 기생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베시니코프를 진단하던 유리브나는 활력이 좋아지는 그의 상태를 보고는 몸속에 있는 이 괴물이 기생체가 아니라 공생체인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과연 스푸트니크의 외계생명체는 신체강탈자의 침입이나 에일리언 같은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숙주를 죽이고 생명을 얻는 패러사이트(기생체)일까? 아니면, 숙주의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고 상처를 낫게 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베놈과 같은 심비오트(공생체)인 걸까?

 

이 괴물은 상처를 낫게 하고 생명력을 증대시켜 인체 조직의 재생을 돕지만 자신을 받아 들이지 않는 숙주는 죽게 만든다,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지만 모방이 끝나면 숙주의 의식과 기억을 장악하고 신체적인 감각(찻잔의 뜨거움, 고통)도 인간적인 감정도 없는 잔인한 괴물로 만든다

 

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주의는 노동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가가 러시아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제군주제를 무너뜨린 후 공화국까지 장악했지만 결국 독재로 돌아서게 되고 프로파간다와 폭력으로 인민을 핍박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으로 감정과 사상을 재단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 사용했다

 

러시아의 인민들은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러시아를 인민과 상부상조하는 공생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저런 형태의 나라는 (외계생명체처럼) 생전 처음 봤으니까 

하지만 사실 그건 인민을 세뇌하고 이용해 파멸로 몰아가는 기생체였던 것이다

 

 

영화 초반에 유리브나는 그들의 관계가 공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둘을 분리하는 것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후반 들어 베시니코프가 괴물에 의해 본인의 감각과 의식을 잠식당하게 되고, 세미라도프 대령이 애초부터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인간성이 말살된 괴물 병사로 만들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괴물을 분리하고 베시니코프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분노를 억제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베시니코프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 살겠다던 의지를 버리고 스스로 괴물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이 영화는 크리처물이긴하지만 사실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베시니코프와 유리브나 그리고 괴물 간의 "관계"였던 것 같다

 

괴물과 베시니코프는 파멸을 향한 동반자(스푸트니크)였고, 유리브나와 베시니코프는 상생을 향한 동반자였다

 

애초에 크리처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놉시스가 재미있었다 특히 유리브나가 괴물의 정체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과정은 정말 긴장감 있게 지켜봤다, 러시아 특유의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함과 묵직한 분위기에 할리우드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대중적인 상업성도 보여졌다 

 

하지만 초반의 흥미 유발과 중반의 밀도있는 사건 전개를(예를 들면 초반에 리겔이 베시니코프에게 짜증을 내다가 베시니코프가 목에 뭐가 걸린듯 기침을 하니 눈치를 보며 긴장하는 장면 같은...) 잘 이어가지 못하고 후반의 클라이막스 부분이 약간 밋밋한 느낌으로 마무리 된 것이 아쉽다

 

 


자막 참고 >

러시아에서 이름은 보통 <본인 이름, 부친 이름, 본인 성> 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남자일 경우 부친 이름 뒤에 비치를 붙이고 여자일 경우 브나를 붙인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콘스탄틴 세르게비치 베시니코프" 이다

부친의 이름이 세르게이 

 

영화 내에서 "콘스탄틴" 이라고도 부르고 "베시니코프"라고도 부르고 "콘스탄틴 세르게비치" 라고도 부르고 "콘스탄틴 베시니코프"라고도 부른다, "베시니코프 콘스탄틴" 이라고도 부르고 콘스탄틴의 애칭인 "코스챠" 라고도 부른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타찌아나 유리브나 클리모바" 이다

부친의 이름이 유리

 

영화 내에서 "타찌아나" 라고도 부르고 "유리브나" 라고도 부르고 "타찌아나 유리브나"라고도 부르고 "타찌아나 클리모바"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타찌아나의 애칭인 "타냐" 라고도 부른다